1. 개요
앞선 글에서는 돈의 생산과 가치, 그리고 인간의 자유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제한된 시간을 노동에 사용하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을 통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거나 미래의 자유를 준비한다. 하지만 돈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경제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변화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계속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이미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한다.
나는 그 근본적인 이유가 인간의 욕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생활을 원한다. 지금보다 편리한 도구를 만들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욕망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새로운 수요가 다시 경제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인플레이션 역시 이러한 관계에서 단순한 결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과 경제활동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도 인간의 행동과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본문
2.1. 인간의 욕망과 새로운 수요
인간의 소비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한 끼에 한 사람분의 식사를 하는 사람이 돈이 열 배 많아졌다고 해서 매번 열 사람분의 식사를 할 수는 없다.
노력하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매일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이며, 아무리 많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동시에 무한히 많은 활동을 할 수는 없다.
결국 인간의 신체와 시간 자체가 소비의 한계를 만든다.
그런데도 경제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새로운 수요의 탄생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케이크를 전혀 모르는 원시인은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욕망을 가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는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등장하면서 변화한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인간에게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라는 상품이 등장하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비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 과정이 경제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존 상품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소비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과 경험을 만들어 낸다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인간의 욕망은 기존의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할 대상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2.2. 인플레이션과 생산성의 순환관계
나는 인플레이션이 인간의 욕망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물가 상승이 인간의 욕망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나 공급 부족으로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소비와 경제활동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변화한 물가가 인간의 행동에 다시 영향을 준다는 점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물가가 5% 상승했는데 임금은 1% 상승했다고 해보자.
경제학적으로는 실질구매력이 하락한 상황이다. 같은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서 인간이 반드시 소비를 줄이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가능하다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더 높은 소득을 얻을 방법을 찾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려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에 없었던 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물론 모두가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환경과 능력, 기회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에게 더 나아지려는 욕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제활동의 근본적인 동력으로 보고 싶다.
인플레이션은 그러한 욕망을 행동으로 옮기게 만드는 압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새로운 생산과 소비는 다시 경제 전체의 물가와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것이 먼저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순환관계다.
닭과 달걀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근원에는 인간의 욕망이 있었겠지만, 경제 체계가 형성되고 나면 생산과 소비, 물가와 소득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계속해서 변화한다.
따라서 나는 인플레이션을 단순히 경제성장의 결과이거나 성장의 원인이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바라보고 싶지 않다.
2.3. 디플레이션과 일본의 장기 침체
이러한 생각은 반대의 상황인 디플레이션을 살펴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물론 생산성이 향상되어 상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환경에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성장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를 오랜 기간 경험한 대표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장기 침체를 모두 디플레이션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산 버블의 붕괴와 금융 문제, 인구 구조의 변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간 물가와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환경이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가격을 올리거나 새로운 시장에 투자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사람들 역시 미래의 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일본이 혁신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 기업들은 여러 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유지해 왔다.
다만 사회 전체가 새로운 성장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역동성은 약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의 순환관계를 생각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성장 기대가 약해져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지만, 지속적인 디플레이션이 다시 성장 기대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더라도, 그 욕망을 경제활동으로 실현하려는 환경이 위축될 수 있는 것이다.
2.4. 인구 구조와 소비의 변화
여기에서 인구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 신체적·시간적 소비의 한계가 있다면, 국가 전체의 소비 역시 인구의 수와 구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인구수라고 하더라도 연령별 구성에 따라 소비의 형태는 달라진다.
청년층은 주거와 교육, 새로운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소비를 하게 된다. 중장년층은 가족과 자산, 생활 유지에 관련된 소비가 늘어날 수 있으며, 고령층은 의료나 돌봄 등 다른 분야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물론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연령만으로 소비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인구 구조가 변화하면 사회에서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구성도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이라면 기존의 생산능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만큼의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대공황 역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실제 구매 수요가 어긋났을 때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례다. 물론 당시의 위기를 단순히 공급과잉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공급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소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미래의 경제는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수요를 발굴하고,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춰 생산과 소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5. 적절한 인플레이션은 무엇으로 결정해야 할까?
흔히 안정적인 경제를 이야기할 때 연간 2% 정도의 인플레이션 목표가 언급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숫자가 언제나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합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물가가 매년 2%씩 상승한다고 가정해 보자.
단순히 연간 2%라는 숫자만 생각하면 그렇게 큰 변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100만 원이 가지는 구매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2%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10년 뒤에는 약 82%, 20년 뒤에는 약 67%, 30년 뒤에는 약 55%, 50년 뒤에는 약 37% 수준의 구매력만 남게 된다.
즉, 지금 100만 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50년 뒤에는 같은 100만 원으로 약 37%만큼밖에 구매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약 35년이 지나면 구매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림 1. 연간 2% 인플레이션 가정에 따른 현재 화폐 구매력의 변화
물론 이는 물가상승률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보유한 돈에서 이자나 투자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실제로는 임금도 변화하고 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경제적 상황이 이 숫자대로 나빠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숫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젊었을 때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축적해 둔 자산이나 연금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다.
노동을 통해 새로운 소득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이미 은퇴하여 저장해 둔 자산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은 같은 인플레이션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가 단위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젊은 인구가 많고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국가와 고령 인구가 많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는 서로 다른 경제적 조건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생각할 때도 생산성과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인구의 연령별 구성,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간, 자산의 축적과 소비 구조 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국가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매년 물가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나치게 자주 변하는 목표는 오히려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구조와 인간의 생애주기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연간 몇 퍼센트라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영향은 인간의 수십 년에 걸친 삶에 누적되기 때문이다.
2.6. 자유로운 시간과 경제성장의 균형
경제가 성장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자유로운 시간을 늘리는 것 역시 중요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단순히 쉬거나 노는 시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이 필요했던 일을 생산성 향상으로 6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2시간의 여유가 생긴다.

그 사람은 그 시간에 휴식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거나 사업을 준비하고,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것을 개발할 수도 있다.
후자의 활동도 분명히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노동과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창조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8시간의 노동이 6시간으로 줄었다가,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다시 8시간을 일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는 이것을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몇 시간을 일했는가가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노동을 더 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선택권이 넓어진 상황이라기보다 오히려 제한된 상황에 가깝다.
결국 자유로운 시간과 생산성, 인플레이션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자유로운 시간이 새로운 소비와 창조 활동을 만들 수도 있고, 그 활동이 다시 생산성과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마무리
나는 경제의 근본적인 동력이 인간의 욕망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원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 하며,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활용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물론 인간의 신체와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무한히 먹을 수 없고, 무한히 소비할 수 없으며, 영원히 노동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면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요를 발견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욕망과 생산, 소비의 과정은 인플레이션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는 적절한 인플레이션이 인간에게 현상 유지에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환경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인간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고, 장기간의 디플레이션 역시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그 균형은 단순히 물가상승률 하나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수명과 인구 구조, 생산성, 소득과 자산의 분배, 그리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과 가능성을 축소시키지 않는 균형이다.
경제성장으로 얻은 풍요가 인간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제공하고, 그 자유로운 시간이 다시 새로운 욕망과 창조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
나는 그것이 단순히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늘리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경제성장의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돈도, 생산도, 인플레이션도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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