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국가가 개인의 행동을 기록하고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주거나 혜택을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우려스럽게 들린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서구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미 신용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것이 금융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우리는 개인이 돈을 빌리고 갚은 기록, 채무와 연체 이력 등을 토대로 신용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마나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한다.
신용이 높은 사람은 더 좋은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이 낮은 사람은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예 금융거래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역시 사람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아닌가?
물론 금융 신용평가와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이 완전히 같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평가의 목적과 범위,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주체, 평가 결과를 집행하는 권한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두 제도가 인간의 행동과 기록을 토대로 미래의 대우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이전에 작성했던 두 글과도 연결된다.
[생각] 당신(진보)의 미래가 있기에 ‘차별’은 불멸한다.
[생각] 학력은 차별을 만드는가? 차별을 없애는가? (학력 차별에 관해)
과거의 글에서는 인간의 선택이 차이를 만들어 내며, 그 차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정리했었다.
이번에는 그 선택과 평가가 개인을 넘어 사회제도로 만들어졌을 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개인을 평가한다는 행위 자체일까?
아니면 누가 어떠한 권한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가 얼마나 객관적이며, 그 평가를 근거로 인간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까?
2. 본문
2.1. 서구 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미 신용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신용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지를 떠올리게 된다.
금융에서의 신용은 그중에서도 경제적인 약속을 이행할 가능성과 관계가 깊다.
은행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가정해 보자.
은행은 그 사람이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돈을 빌려주었다가는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과거의 상환 이력과 현재의 경제적 상황 등을 확인하는 행위 자체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 결과에 따라 대출 조건을 다르게 설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평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신용이 높은 사람은 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기회를 얻는다. 신용이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담하거나 돈을 빌릴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금융 분야에서는 사람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등적인 대우를 제공하는 것을 이미 제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사용하는 기준은 모두 공정한 것일까?
금융 신용평가는 분명 경제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점수가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나쁘거나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과거에 채무를 성실히 상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았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체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평가가 특정한 목적에서는 유용하더라도 그 결과를 개인의 모든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특히 나는 신용평가의 목적을 벗어난 영역에서도 동일한 평가 결과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빌려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과 그 사람이 다른 사회활동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2.2.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무엇이 다른가?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흔히 모든 국민에게 하나의 점수를 부여하고, 그 점수에 따라 사회생활 전반을 통제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제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조사해 보니 중국 전체 국민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통합 사회신용점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부정확했다.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기업과 개인의 법규 준수, 채무 이행, 행정 기록 등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여러 제도와 정보체계가 결합된 형태에 가까웠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의 행동을 점수화하여 혜택이나 제재와 연결한 사례도 있었지만, 그러한 지역적 사례를 중국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한 제도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려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2025년에 발표한 사회신용체계 개선 방안에서도 신용정보의 공유, 신용에 따른 혜택과 제재, 신용기록의 활용 확대 등을 중요한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제재의 적법성, 신용회복 절차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이 단순히 개인에게 점수를 매기는 제도라고 설명하기보다는, 신용정보를 경제와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려는 제도적 체계라고 이해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여기에서 서구의 금융 신용평가와 차이가 나타난다.
금융 신용평가는 주로 거래 상대방의 경제적 위험을 판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법률과 행정, 사회적 의무 이행 등 더 넓은 영역의 정보를 제도적으로 활용하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물론 민간 금융기관의 평가에도 경제적인 영향력이 존재하고,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라고 해서 모든 평가가 부당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평가 주체가 민간인지 국가인지라는 구분만이 아니라, 평가에 사용되는 정보와 권한이 어디까지 연결될 수 있는지일 것이다.
특히 국가가 법률과 행정 권한을 통해 평가 결과에 강제력을 부여한다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정당한 신용평가로 보고, 어느 시점부터 지나친 사회적 통제로 판단해야 할까?
2.3. 신용평가와 차별의 문제
나는 이전 글에서 차별이라는 것이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대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대상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택하고, 그 선택에는 개인이 생각하는 기준과 선호가 개입한다.
이러한 이유로 차별이라는 현상 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든 차등적인 대우를 부당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문제는 그 선택의 기준이 공정하고 정당한 것인가에 있다.
신용평가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금융기관이 채무 상환 가능성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행위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평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는 기준으로 사람을 배제하거나, 신용평가 결과를 다른 분야에 무분별하게 적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이익과 불이익의 차이이다.
예를 들어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고 생각해 보자.
금융기관은 높은 신용에 대한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는 점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신용을 가진 사람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 역시 같은 현상을 다르게 표현한 것일 수 있다.
결국 이익과 불이익은 바라보는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못한 사람에게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잘한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이 조금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만으로 공정성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혜택이 제한된 자원이나 기회와 관련되어 있다면 누군가가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상을 주는가 처벌을 하는가가 아닌 것 같다.
평가 기준이 사전에 공개되어 있는지, 평가하는 목적과 실제 결과가 적절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 차등적인 대우가 납득할 만한 수준인지를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가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은 사람이 다시 도전하거나 평가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은 이전에 학력 차별에 관해 생각했던 문제와도 비슷하다.
학력이 개인의 능력을 판단하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학력이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을 영원히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신용평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4. 평가할 권한과 인간의 자유
그렇다면 평가가 정확하다면 우리는 그 결과를 어떠한 영역에 적용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과, 그 평가를 근거로 특정한 불이익을 주는 일이 정당하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융거래에서 반복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한 이력을 근거로 새로운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금융거래의 위험을 관리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에게 금융 신용이 낮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사회활동이나 가족생활의 자유까지 제한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금융 신용평가의 목적을 지나치게 확장한 것은 아닐까?
여기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권한과 그 결과를 집행하는 권한을 구분해야 할 것 같다.
금융기관은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평가 결과를 이용해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권한까지 자동으로 얻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미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범죄에 대한 처벌이다.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람은 이동의 자유를 제한받고, 일반적인 경제활동과 사회적 교류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기회도 제한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자유를 빼앗는다는 것은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일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이미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유를 제한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까지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범죄에 대한 형벌은 법률에 근거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부과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용평가에 따른 제재 역시 평가 주체의 권한과 목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이의를 제기하고 회복할 기회 등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평가에서 한 번 불리한 결과를 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회적 기회까지 연쇄적으로 잃게 되는 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의 선택과 평가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오히려 그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그 제도의 정당성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5. 제도적 선택압이라는 생각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조금 더 먼 미래의 결과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인간은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스스로 만든 법과 제도라는 환경 속에서도 살아간다.

우리가 만든 사회제도 역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의 일부인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제도가 개인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기회를 줄이며, 결과적으로 가족을 이루거나 자녀를 가질 기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그 제도가 처음부터 그러한 결과를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개인의 삶의 경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교도소도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교도소는 범죄자의 번식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하지만 수감이라는 제도적 격리는 개인의 사회적 관계와 가족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처음에는 자연선택과 비교하여 '사회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회선택이라는 단어는 다른 학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 내가 설명하려는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를 '제도적 선택압'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제도적 선택압이란, 인간이 만든 법률과 평가 기준, 보상과 처벌 등의 제도가 개인의 생존과 사회활동, 가족 형성 및 번식 기회에 차등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장기적으로 생물학적 자연선택의 조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물론 이는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이며, 새로운 생물학적 이론을 확립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사회제도가 출산 기회에 영향을 준다는 것과 실제로 유전적 자연선택이 발생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자연선택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을 이야기하려면 그러한 차이가 유전되는 특성과 관련되어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만든 환경이 인간의 번식 기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는 생각해 볼 만한 문제라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우생학에 관한 생각도 떠올랐다.
우생학은 특정한 유전적 특성을 기준으로 인간의 재생산을 의도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사상이나 정책과 관계가 있다.
내가 말하는 제도적 선택압이 곧 우생학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인간을 평가하고 선별하는 제도가 장기적으로 특정 집단의 삶과 가족 형성의 기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결과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제도의 평가 결과가 개인의 현재 행동에 대한 판단을 넘어 인간 자체의 가치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확대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뿐 아니라 서구의 금융 신용평가를 포함한 여러 평가제도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제도마다 목적과 강제력, 실제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위험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만들어 놓은 제도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개인의 선택권을 줄이고 있지는 않은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마무리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을 바라보면서 처음 가졌던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리는 중국이 개인의 행동을 평가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내지만, 서구 사회에서도 이미 금융 신용평가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살펴볼수록 두 제도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금융 신용평가와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은 평가 목적과 정보의 범위, 집행 권한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의 행동과 기록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회를 다르게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비교해 볼 만한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전 글에서 차별이란 선택이 존재하는 한 사라질 수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택하며, 그러한 선택에서는 필연적으로 선택받지 못하는 대상이 생긴다.
그렇기에 모든 차등적인 대우를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과 평가가 정당한지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인의 판단과 선택을 넘어 사회제도로 만들어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 제도는 누가 만드는가?
평가에 사용하는 정보는 정확하고 객관적인가?
개인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가?
평가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았더라도 다시 회복할 기회가 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평가 결과를 근거로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평가제도가 오히려 인간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생각해 본 제도적 선택압이라는 개념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만든 제도는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삶의 기회와 사회적 관계, 나아가 가족을 형성할 가능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영향이 생물학적 자연선택으로까지 이어지는지는 별도의 연구와 검증이 필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 내는 간접적인 결과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제도가 잘못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조금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상대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평가와 선택이라는 행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기준과 권한을 정당하게 만들고 개인에게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는 일이 아닐까?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무조건적인 자유만으로는 자유를 누릴 수 없고, 사회의 지나친 통제로도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적절한 제도와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중국의 사회신용 시스템과 서구의 금융 신용평가를 비교하며 시작한 생각이 인간의 자유와 차별, 그리고 제도적 선택압이라는 문제까지 이어졌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정보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와 방법은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뿐 아니라, 사람을 어디까지 평가해도 되는가라는 질문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인간을 평가하는 제도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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