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폐 위에 경제 통제 제목이 있는 표지

[깊은생각 & AI와 대화]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가?



1. 개요


오래전에 적어 두었던 글의 제목이 있다. '자본주의 역학과 정부와 국가 그리고 돈'.

당시에 무엇을 생각하며 이 제목을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을 설명하는 케인스 경제학과 화폐 발행, 기준금리, 그리고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초인플레이션 사례들을 연결해 보고 싶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경제활동을 한다. 하지만 국가 역시 세금을 걷고 돈을 지출하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와 유동성을 조절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돈의 공급량과 기준금리를 조절하면 경제의 성장과 침체, 물가 상승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것일까?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돈은 단순히 소비와 생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주식과 부동산, 채권과 같은 자산으로 이동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투자 대상까지 등장했다.

더욱이 자산가격은 사람들의 기대에 따라서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그 과정에서 담보가치와 대출 여력이 변하고, 새로운 신용이 만들어지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가가 공급한 통화량과 실제 경제에서 활용되는 유동성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여기에 닉슨 쇼크와 같은 과거의 통화제도 변화, CBDC와 스테이블코인 같은 새로운 화폐 형태까지 생각해 보니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번 글은 이러한 질문들에 관해 AI와 대화를 나누면서 정리한 생각이다. 경제학적으로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자본주의 경제가 움직이는 방식과 국가가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한계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본문


2.1. 시장경제와 정부의 개입


자본주의 경제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거래와 경쟁이 떠오른다.


시장 좌판과 사람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출간된 1776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기본적인 활동은 생산과 교환, 소비와 자본의 축적이라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애덤 스미스가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했던 것은 아니다. 국가의 안전과 사법제도, 공공시설 등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영역도 존재했다.

이후 산업화와 세계경제의 확대,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위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역할 역시 변화했다.

케인스 경제학은 시장경제가 언제나 스스로 완전한 고용과 안정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며,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경제에 개입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표적으로 정부는 세금을 걷고 재정을 지출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정부 지출을 확대하여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고, 반대로 경제가 과열되었을 때는 재정 운용을 조정할 수 있다.

한편 중앙은행은 기준금리와 금융시장 유동성을 조절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서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돈을 지출하는 것과 중앙은행이 새로운 화폐를 공급하는 것은 같은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정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을 확대하는 동안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일 수도 있다.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두 정책이 오히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를 생각하다 보니 국가가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반드시 경제를 더 쉽게 제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2. 돈을 공급한다는 것과 돈이 움직인다는 것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제정책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돈의 공급량과 인플레이션 문제가 떠오른다.


쌓인 달러 지폐

특히 역사적으로 발생했던 초인플레이션 사례들은 화폐 발행과 국가의 재정 운용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 준다.

하지만 돈을 많이 공급하면 물가가 오른다는 설명만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화폐는 경제 안에서 끊임없이 이동한다. 누군가는 소득을 소비하고, 누군가는 저축하며, 또 다른 사람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

같은 규모의 돈이 공급되더라도 그 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새로운 금융자산의 등장이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 대상들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자산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투자 대상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에서 유통되는 돈의 일부를 새로운 자산이 흡수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가령 소비에 사용했을 돈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장기간 보유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소비 대신 자산을 축적하는 선택이 이루어진 셈이다.

물론 암호화폐를 매수한 돈이 경제에서 그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가 지불한 돈은 판매자에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자산의 등장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단순히 돈의 이동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암호화폐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 사람들의 소비와 저축,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 선택이 변화할 수 있다. 자산을 보유하려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투자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면 돈이 사용되는 방식과 속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이 증가한 금액만큼 기존의 통화가 실제로 묶였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자산의 시장가격과 그 가격을 형성하기 위해 실제 거래된 금액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통화의 '흡수'는 통화량 자체가 감소한다는 의미보다는, 새로운 자산 수요가 사람들의 자금 배분과 소비 결정을 변화시킨다는 의미에 가까운 것 같다.

그 변화가 소비자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2.3. 기대가 만들어 내는 자산가격과 신용의 팽창


여기서 생각은 자산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주식시장을 생각해 보면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때 사람들은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하며 주식을 구매하기도 한다.


상승 그래프가 있는 태블릿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추가적인 손실을 우려하여 매도를 선택하거나 투자를 줄이기도 한다.

이것은 단순히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해당 자산을 보유한 사람의 평가자산이 증가한다. 그리고 상승한 자산을 담보로 새로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도 증가할 수 있다.

은행이 새로운 대출을 실행하면 예금통화가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단순한 자산가격 상승이 신용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산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며, 상승한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신용이 확대된다. 그 자금이 다시 소비와 투자에 사용되면서 경제활동과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가 확산되면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담보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에 신중해지고, 사람들은 새로운 소비나 투자보다 부채 상환과 현금 보유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신용이 수축하면 경제의 유동성 역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주가가 올랐다고 통화량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자산의 증가와 실제 대출을 통한 예금통화의 창출은 서로 다른 현상이다.

그럼에도 자산가격과 신용,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연결되어 경제의 팽창과 수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통화만으로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한다면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반대로 미래를 불안하게 예상한다면 낮은 금리에도 소비와 투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화폐의 공급뿐 아니라 그 돈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기대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2.4. 자산의 수익은 소비를 늘리는가, 줄이는가?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사람들의 소비 여력이 증가한다는 설명이 있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자신이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거나, 보유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하여 소비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예금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도 유사하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예금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을 보유한 사람은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미래 소비 여력은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높은 금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대출 이자 부담이 될 수 있고, 현재 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의 소비 여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경제 전체의 소비 증가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닌 셈이다.

나는 이 논리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기존 보유자는 부유해질 수 있지만, 해당 자산을 새롭게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부동산을 생각하면 이러한 관계는 더욱 직관적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주택 소유자의 자산가치를 높이지만, 주택을 구매하거나 임차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늘어서 있는 주택

물론 주식과 부동산, 예금은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서로 다르므로 완전히 같은 현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얻는 이익과 다른 경제주체가 부담하는 비용, 그리고 이들이 실제로 소비를 얼마나 늘리거나 줄이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도 존재한다.

높은 예금 금리는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의 소비를 늘리는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자산가격 상승 역시 초기에는 추가 매수와 자산 축적을 유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 확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래의 수익을 얼마나 확실하다고 믿는지에 따라서도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자산의 수익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수익률이 높아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와 언제 그 이익을 사용하려 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경제 전체의 소비를 생각하려면 현재의 자산가격뿐 아니라 소득과 자산의 분배, 그리고 경제주체들의 시간에 대한 선택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5. 닉슨 쇼크와 화폐제도의 변화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화폐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과거 미국은 금과 달러의 교환 관계를 유지하는 국제통화체제의 중심에 있었다.


쌓인 금화

하지만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태환을 중단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다.

이 사건은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하던 중요한 국제적 약속이 변경된 사건이었다.

오늘날 달러는 더 이상 일정한 양의 금으로 교환해 준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재의 화폐가치를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가의 경제력과 재정에 대한 신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그리고 사람들이 앞으로도 해당 화폐를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화폐제도의 기본적인 규칙도 역사적으로 변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닉슨 쇼크에 비견할 만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까?

특히 오늘날에는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CBDC와 같은 새로운 화폐 또는 지급수단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기술과 제도의 등장이 곧바로 새로운 닉슨 쇼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닉슨 쇼크는 국제적인 금태환 약속이 중단된 사건이지만, 디지털화폐는 기본적으로 화폐의 발행과 유통, 결제 구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주체들의 관계가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장기적인 제도 변화의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6. 중앙은행의 역할은 다중화될 수 있을까?


현대의 화폐제도를 생각하면 중앙은행이 모든 돈을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중앙은행 화폐와 통화정책을 담당하지만, 상업은행 역시 대출을 통해 예금통화를 창출한다.


저금통과 흩어진 동전

이미 어느 정도는 역할이 나누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새로운 지급수단이 확대된다면 이러한 구조가 더욱 다중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발행사가 달러에 연동되는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적격 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이용자의 상환 요구에 대응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업은행의 예금통화 창출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다면 달러의 유통 구조와 은행의 자금조달 방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보유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미국 정부의 자금조달 여건이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단순한 민간 결제시장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만약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모가 매우 커지고, 해당 시장의 급격한 변동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준다면 중앙은행 역시 이를 무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중앙은행처럼 독립적인 기준금리를 결정하거나 통화의 구매력을 직접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화폐의 발행·유통 기능이 다중화되는 것과 통화정책의 결정 권한이 다중화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그럼에도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늘어난다면 중앙은행의 정책이 전달되는 방식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문제도 떠오른다.

현대의 미국에서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이 제도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새로운 금융시장이 정부의 국채 조달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이해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곧바로 연준의 법적 독립성이 약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도적 권한을 변경하려면 별도의 정치적·법적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중앙은행의 권한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시장의 반응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2.7. 경제를 통제하려는 국가와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


여기까지 생각하니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국가는 경제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특히 경제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정부가 새로운 정책 수단을 확보하거나 기존의 개입 권한을 확대하려는 유인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더 안정될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을 공정제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탑과 배관이 늘어선 공정 설비

공정제어에서는 제어하려는 변수와 이를 조정하기 위한 조작변수가 존재한다.

경제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생각할 수 있다.

물가와 고용, 소비와 투자, 자산가격과 신용 규모는 제어하거나 안정시키고자 하는 대상이 될 수 있고, 기준금리와 정부 지출, 세금과 금융 규제 등은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조작변수로 여러 제어변수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가령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산가격 상승이나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어 실업 문제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금융 규제 등 여러 정책 수단을 동시에 사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경제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제어에서도 조작변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제어 성능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조작변수 사이에 간섭이 발생할 수 있고, 각각의 영향과 시간 지연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경제에서도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는 동안 중앙은행은 물가를 억제하려 할 수 있다. 정책의 방향이 서로 충돌한다면 의도했던 효과가 약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경제는 일반적인 생산설비와 달리 경제주체들이 정책 자체를 예상하고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금리를 낮추기 전에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예상하고 투자에 나설 수 있고,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가 예고되면 규제가 시행되기도 전에 자금이 다른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제어 대상이 정책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제어하는 기관은 단순히 조작변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예상하는 수많은 경제주체의 행동까지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국가의 정책 수단이 많아지면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금융시장이 복잡해지고 새로운 자산과 제도가 등장하면서 그 정책의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경제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경제를 제어하는 능력 역시 그만큼 향상되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3. 마무리


오래전에 적어 두었던 '자본주의 역학과 정부와 국가 그리고 돈'이라는 제목에서 시작한 생각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케인스 경제학과 통화 발행,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생각하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돈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생각하면서 새로운 금융자산과 암호화폐의 등장에 주목하게 되었고, 다시 자산가격에 대한 기대와 신용의 팽창과 수축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자산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통화량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승한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시장과 경제의 유동성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자산 수익이 개인의 소비 여력을 증가시킨다고 해도 경제 전체의 소비가 반드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주체들이 얻는 이익과 부담, 그리고 소비와 저축을 선택하는 시간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금융자산이 경제의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통화가 실제로 소멸하는 것과 자산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서로 다른 현상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역시 단순히 돈을 흡수하는 자산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신용과 금융거래를 확대하거나 기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구조를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닉슨 쇼크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디지털화폐를 생각하면서 화폐제도 자체가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다만 현재의 변화가 과거의 닉슨 쇼크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중앙은행의 기능 일부가 민간 금융기관과 새로운 지급수단으로 분산되더라도 통화정책의 최종 결정 권한까지 분산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화에서 하나의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생각할수록 경제를 움직이는 요소가 많아지고,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과거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집필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현대의 국가는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훨씬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 역시 그만큼 복잡해졌다.

국가가 공급하는 화폐와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신용,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새로운 금융자산, 그리고 국제적으로 연결된 금융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다면 국가는 과거보다 경제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아니면 국가의 경제 개입 수단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경제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욱 빠른 것은 아닐까?

어쩌면 국가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정책 자체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행동을 변화시키면서 또 다른 변동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개입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경제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이 시장의 불안정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그 개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가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국가 역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가?

오래전에 시작했던 생각은 아직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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