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배너사가(The Banner Saga)’ 개요
스팀 라이브러리를 채우기 시작한 초기에 구매했지만 플레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게임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당시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게임이라고 판단한다.
친누나가 과거의 ‘파랜드 택틱스1, 2’ 같은 턴제 RPG를 하고 싶다고 해서 겨우 찾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과거의 필자는 게임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친누나는 필자가 구매한 게임을 먼저 끝까지 플레이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묵혀두었던 게임이다.

공식 한국어화는 제공되지 않았으나 유저 한국어화가 진행되었다. 스팀에서 구매해 설치하면 국가 설정이 한국일 경우 한글이 적용되도록 유저 한글화를 진행한 팀에서 노력해 준 것 같다.
덕분에 나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여 자동으로 한글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검색을 통해 한글 패치 파일을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적용해서 플레이하면 되겠다.

플레이하면서 원인은 모르겠지만 버그가 좀 있었다. 전투 로딩 중에 충돌이 발생해 게임이 멈추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간혹 자동 저장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오랫동안 반복되는 내용을 다시 보아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나마 플레이하면서 요령이 생겼다. 캠프에서 휴식을 취하는 상태에서는 자동 저장이 되기 때문에 이벤트가 발생하는 일수에 도달하기 전 잠깐이라도 캠프 상태로 들어가 자동 저장을 해두면 게임이 튕기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이 버그가 일반적인 것인지 필자만 겪은 특수한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로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버그였다.
2. ‘배너사가(The Banner Saga)’ 본문
2.1. 특징
개요에서 설명했듯이 턴제 RPG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턴제 RPG라고만 할 수는 없다. 선택지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며 선택에 따라 게임의 진행 상황에도 영향을 준다.
선택에 따라 발생하는 사건을 통해 새로운 영웅을 얻을 수도 있고 자원을 잃을 수도 있으며, 전투의 난이도가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선택이 게임의 진행 난이도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배너사가’에서 영웅으로 표현되는 핵심 캐릭터들은 다행히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제작자가 의도한 구성에 따라 일행이 이동하거나 서로 합쳐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조금 두서없이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스토리의 전달이 대부분 대화로 진행되다 보니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필자는 세부적인 내용을 모두 파악하지 못한 채 엔딩까지 진행했다.
대략적으로 세상에는 거인족과 인간이 살아가고 있다. 신들은 이들이 싸우지 않고 협력할 수 있도록 공통의 적이 될 존재를 만들어냈는데, 그것들이 폭주하는 상황이 이야기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이와 관련한 시련이 두 번이나 있었고 현재는 세 번째에 해당한다. 충분한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시련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경을 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어 감각과 내용을 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필자처럼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면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단편적으로 설명하면 그들은 여럿이 긴 행진을 이어가며 적들을 맞이하고 대처해 나간다. 행진하는 도중에 여러 사건이 생기며 그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식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큰 줄기가 있고 그 사이에 이벤트 형식의 에피소드가 존재한다.
이벤트에 따라서는 선택의 결과가 향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당시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나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조금은 억까가 아닌가 싶은 상황도 있었다.

한편 턴제 전투는 조금 독특하다. 단순히 체력과 공격력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체력 수치가 곧 공격력 수치가 되며, 여기에 두 가지 수치가 추가로 존재한다. 먼저 방어력이 있어서 상대의 방어력만큼 공격으로 주는 피해가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의지력이라는 수치다. 의지력은 조금은 조커처럼 변화무쌍하게 활용할 수 있다. 능력치에 따라 공격이나 기술에 수치를 더해 방어력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 공격력을 얻거나 높은 단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이동 거리를 늘리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단순하지 않고 조금은 독특한 턴제 전투를 가지고 있어서 전투를 진행할 때 머리를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 게임의 초반부에서 전투의 기본적인 부분은 알려주므로 그것을 토대로 단계를 밟아 나가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캠프에 있는 모의 전투에서 이것저것 시도하며 실력을 늘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 전투가 쉽지 않았다.
여타 다른 보드게임과 같이 모든 면에서 이득을 보면서 진행하기에는 전투 중 저장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 명에서 두 명 정도의 희생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속이 편할 것이다.

2.2. 그래픽 및 사운드
2D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이 여러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어 역사 속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 그 부분은 일행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에서 특히 그렇다는 말이다.
배경이 정말 멋들어지게 보이며, 광대한 풍경 속에서 행진하는 주인공 일행이 엄청나게 작게 표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임 초기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도 인상적이고 캐릭터들이 대화할 때 표시되는 이미지도 정말 인상적이다. 전투의 배경도 잘 표현되어 있다.
행진 장면 중에는 일행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영웅들이 앞장서서 걷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참으로 멋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해상도에 따라 UI와 이미지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몇몇 보였다. 그렇다고 게임 진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사운드의 경우에도 북유럽의 느낌을 잘 살렸으며, 효과음 역시 플레이하면서 피드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북유럽의 춥고 넓은 눈 덮인 초원과 산들이 떠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은 과장된 설명이었고, 전체적으로 적절하다는 정도의 표현이 맞아 보인다.

2.3. 난이도
필자의 경우에는 중간에 해당하는 보통 난이도로 플레이해 ‘배너사가1’의 여정을 마쳤다. 구매할 당시에는 이 게임이 3편까지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 줄은 몰랐다.
전투는 솔직한 심정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독특한 전투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난이도는 어려운 편으로 다가왔지만, 그만큼 극복하는 맛이 있다.

다만 후반부에 가서도 자신이 즐겨 사용하지 않았던 영웅의 운용 방법에 관해서는 조금 무지한 상태로 마무리하게 된다. 솔직히 한 번 승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전략이 생기면 그것을 계속 고수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게임 제작자가 임의로 새로운 전략을 짜도록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적을 처치해야만 얻을 수 있는 ‘명성’을 모아 영웅의 레벨을 올리는 독특한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명성이 넉넉하지 않아 모든 캐릭터의 레벨을 고르게 올릴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다.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해당 영웅이 처치한 적의 수도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다행히 처치 수치는 캠프의 모의 전투를 통해서도 올릴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최대 레벨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더는 올릴 필요가 없는 끝이 존재한다는 것이 안정감을 준다. 능력치를 직접 올리는 부분은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지만, 영웅마다 능력치의 한계가 정해져 있어 캐릭터의 특징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부분도 참 좋게 다가왔다.
전투에서는 먼저 공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상대보다 먼저 공격해 체력을 깎을 수 있다면 엄청난 이점을 얻으며, 그때부터 스노우볼이 굴러가기 시작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곧 공격력이기 때문에 먼저 공격을 받아 체력이 상대의 방어력보다 낮아지면 사실상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상대의 방어력을 깎아야 다음 공격에서 유효타를 줄 수 있는데, 이미 체력이 깎였다는 것은 상대의 체력과 방어력, 공격력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므로 불리함이 더욱 가속된다.

한번 불리한 굴레에 빠지면 다른 팀원이 도움을 주거나 도망쳐 거리를 벌린 뒤 원거리 공격으로 대응해야 그나마 승산이 생긴다. 1대1의 상황이라면 승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초반에 의지력을 사용하더라도 상대의 체력을 먼저 깎아 놓아야 턴을 벌 수 있다. 상대는 부족해진 공격력을 보충하기 위해 의지력을 사용하거나 아군의 방어력을 깎는 행동을 해야 하므로 한두 턴 정도를 벌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공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 경로와 거리를 세심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웅을 잘못 배치하면 곧바로 두들겨 맞고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정말 조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난이도는 어려운 편이지만 극복하는 맛이 있다고 하겠다.
2.4. 플레이시간
스팀 플레이 시간 기준으로 총 46.2시간을 기록했다. 이 기록에는 과거에 친누나가 플레이한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제 필자의 플레이 시간은 거의 절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번에 녹화한 기록을 살펴보면 약 20시간을 플레이했다.
즉, 친누나와 필자가 게임을 마무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략 20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몰입감과 중독성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플레이하다가 지치는 부분이 있어서 가끔 쉬어가며 진행했다. 다른 일을 하고 나면 다시 게임을 시작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험난한 전투를 마치고 나면 ‘끝났네. 좀 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끊어가며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고유 명사가 많고 스토리도 조금 난해하게 전달되는 부분이 존재해 몰입감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통하는 익숙한 자극 요소에서 벗어난 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조금은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하겠다.

중독성의 경우에는 전투를 좀 더 다채롭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마무리한 뒤 다시 플레이한다면 이번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시 해볼까?’라는 마음도 생긴다.
아마 어느 정도 전투에 익숙해졌을 때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감정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어느 정도 중독성이 있는 게임이다. 한편으로는 다음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여유가 된다면 ‘배너사가2’와 ‘배너사가3’도 진행할 것 같다.
3. ‘배너사가(The Banner Saga)’ 마무리
‘배너사가1’은 스팀 라이브러리를 기준으로 2016년 4월 9일에 구매했으니 구매한 지도 10년이 넘은 게임이다. 출시일을 살펴보니 2014년 1월 15일이다. 출시된 지 10년에서 15년이 지난 게임을 준고전 게임으로 바라보는 필자에게는 이제 고전게임이 되어가고 있다.

깔끔한 2D 이미지의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움직임, 공격 애니메이션 등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전반적인 만족감을 준 게임이었다.
전투도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서 극복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서사의 경우에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다만 여러 고유 명사와 설명 없이 툭 던지는 듯한 이야기 전달 방식 때문에 필자의 몰입도는 조금 떨어졌다. 그럼에도 약 20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으니 주말마다 8시간 정도를 플레이한다면 한 달 동안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이다.
당신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