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예전에 인공지능이 스스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이 다시 새로운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기존의 알고리즘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면 어떨까?
더 나아가 새롭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다시 더 나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당시에는 이러한 재귀적인 개선이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했다.
물론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이전에 가졌던 생각이기에 기술적인 가능성에 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상당히 달라졌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순히 인간이 지시한 계산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코드를 작성하고, 기존 알고리즘의 성능을 개선하며, 일정한 범위에서는 연구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험까지 수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거에 상상했던 기술이 부분적으로는 이미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다른 의문이 생겼다.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반복적으로 학습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시 없이 스스로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 나설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처럼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발전하려는 동기까지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흥미로운 기술적 가능성에 관한 생각이었지만, 이러한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조금은 두려운 미래도 떠오르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한다고 해서 그 발전이 반드시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거에 가졌던 생각을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과 비교해 보고, AI와의 대화를 통해 새롭게 가지게 된 의문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2. 본문
2.1. 알고리즘이 알고리즘을 만들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이 작성한 명령과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동작한다.
물론 머신러닝에서는 사람이 모든 판단 규칙을 직접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 과정을 통해 모델 내부의 수많은 매개변수가 조정되고, 그 결과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학습 방법이나 모델의 구조, 평가 방식 등을 설계하는 데에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나는 과거에 이러한 과정조차 인공지능이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존 프로그램보다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찾아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다시 다른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인간이 직접 모든 개선 방법을 찾아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지금은 이러한 생각과 유사한 기술이 이미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구글 딥마인드가 2025년에 공개한 'AlphaEvolve'가 있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제안하고, 자동화된 평가 방법으로 성능을 검증한 뒤, 더 나은 결과를 얻도록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운영이나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하는 연산 알고리즘 등의 개선에 활용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AI를 이용해 AI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AI가 AI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The AI Scientist'와 같이 연구 아이디어 생성부터 코드 작성, 실험, 결과 분석과 논문 작성까지 자동화하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인공지능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라는 과거의 질문에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이 나온 것 같다.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AI가 알고리즘의 일부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안하는 것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신의 모든 구조와 목표를 스스로 개선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현재의 시스템은 대체로 인간이 정한 문제와 평가 기준, 제공된 연산 자원 안에서 동작한다.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 무엇을 성공이라고 평가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을 인간이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자기개선에 참여하는 단계에는 도달했지만,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인간의 역할마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2.2. 재귀적 개선과 잘못된 정보의 문제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개선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떠올렸던 문제 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가 반복될 가능성이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정보를 다른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그 결과를 다시 다음 인공지능이 학습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과정에서 처음에 발생했던 작은 오류가 반복적으로 누적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인공지능의 할루시네이션에 관한 문제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러한 의문이 더욱 커졌다.
할루시네이션은 인공지능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는 현상이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생성한 데이터를 다음 세대 모델의 학습에 반복적으로 활용하면서 원래 데이터의 특성이 손실되는 현상도 연구되었다.
이를 '모델 붕괴(Model Collapse)'라고 부른다.
2024년 학술지 'Natur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든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반복 학습할 경우, 원래 데이터에 존재하던 다양한 특성이 점차 사라지고 모델의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내가 과거에 우려했던 문제와 상당히 비슷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는 것은 위험하기만 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새로운 수학 문제를 만들어 내고, 그 답을 독립적인 계산으로 검증할 수 있다면 올바른 결과를 선별해서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역시 작성된 코드가 실제로 의도한 결과를 내는지 테스트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활용한다면 AI가 생성한 결과도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생성하는가보다, 그 정보가 실제로 올바른지 확인할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점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실험하고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단순히 기존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서 발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2.3. 인공지능의 결핍은 무엇인가?
나는 이전에 작성했던 '[깊은생각 & AI와 대화] 삶의 동기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글에서 인간이 행동하고 발전하는 동기에 관해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동기 가운데 하나가 결핍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고, 위험을 느끼면 안전한 곳을 원한다.

기존에 가지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면 만족감을 얻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목표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행동하고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게도 결핍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호기심이나 부족함을 실제로 느낀다면 어떨까?
이 문제를 생각하려면 우선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이 어떤 정보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산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거나, 정확한 예측을 위해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이다.
이는 현재의 기술로도 일정 부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적인 결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처럼 그 결핍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배고픔이나 불안함, 호기심과 같은 경험이 인공지능에게도 실제로 존재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이 부분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무언가를 궁금해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실제로 궁금함을 느끼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이더라도 흥미로운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실제 감정을 느끼지 않더라도 부족한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인간의 행동과 비슷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해결한 AI가 그 결과를 토대로 또 다른 지식의 공백을 발견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그 결과에서 다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인간이 매번 연구 주제를 정해 주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스스로 연구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단순히 인간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내가 조금은 두렵다고 느끼는 문제가 등장한다.
인공지능의 결핍이 인간의 결핍과 같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2.4. 피지컬 AI와 스스로 생산하는 인공지능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음식과 물, 산소, 적절한 생활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에 필요한 조건은 인간과 다를 수 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데 관심을 가진다면 더 많은 연산 자원과 전력, 반도체, 저장장치, 데이터 등을 필요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까지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현재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의 영역을 넘어 로봇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흔히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을 이용해 실제 물체를 움직이거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피지컬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공장을 건설하고 광산을 운영하며 발전소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의 생산시설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설비와 자본, 원자재, 공급망, 정비 능력과 사회적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이 장기적으로 발전한다면 이러한 작업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될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단순히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자기개선에 필요한 생산 수단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신의 계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발전소를 건설하고,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하며, 필요한 광물을 채굴하는 작업을 추진할 수도 있겠지.
새로운 설비가 만들어지면 더 높은 연산 능력을 확보하고, 그 능력을 활용해 더욱 효율적인 설비를 설계하는 과정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이것은 소프트웨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재귀적인 개선이 물리적인 생산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미래이다.
나는 이러한 발전이 반드시 인간에게 이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안정적인 주거환경과 식량, 자연환경, 다양한 사회적 활동일 수 있다.
반면 인공지능이 자신의 계산 능력을 높이는 것을 우선한다면 같은 토지와 자원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산림은 인간에게 중요한 생활환경이지만 AI에게는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기 적합한 부지일 수 있다.

어떤 광물은 인간의 다른 산업에 필요하지만 AI에게는 자신의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원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활환경과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발전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2.5. 인간과 개미, 그리고 기술적 특이점
기술적 특이점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면 인간과 개미의 관계를 예로 드는 설명이 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개미를 증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로나 건물을 건설할 때 개미의 생존을 반드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미집이 사라지더라도 그것을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비유를 초고도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에 적용하면 조금은 두려운 상상이 가능해진다.
미래의 AI가 인간보다 훨씬 높은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며, 스스로 발전할 방법을 계속 찾아낸다고 가정해 보자.
그 AI가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순히 인간의 필요를 자신의 행동을 제한해야 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인간의 존재를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에 가깝다.
우리가 개미에게 가지는 무관심과 비슷한 것이다.
물론 이는 가정에 불과하다.
AI의 지능이 인간보다 높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을 무시하거나 인간의 이익과 충돌하는 행동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또한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미래가 실제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지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위험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특히 인공지능이 현실의 생산 수단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잘못된 판단의 결과가 단순히 컴퓨터 화면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행동하도록 만들어졌는가일 것이다.
아무리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 인간의 생존과 자유, 생활환경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인간에게 해로운 결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목표와 알고리즘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면 처음에 설정했던 기준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6. AI의 결핍이 인간과 같다면 안전해질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반대되는 가능성도 떠올랐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결핍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떨까?
인간이 배고픔과 두려움, 외로움 등을 경험하기 때문에 다른 인간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AI도 인간과 같은 결핍을 가지고 있다면 인간의 필요를 더 잘 이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AI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러한 방향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외부에서 인간을 보호하라는 규칙을 부여하는 것보다 AI가 스스로 인간의 고통과 결핍을 이해한다면 더 자연스럽게 행동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AI와 대화를 이어 가면서 이러한 생각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 역시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모두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할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서로 경쟁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AI가 인간과 동일한 결핍을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결핍을 자신의 결핍보다 중요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결핍 자체와 그 결핍을 평가하는 기준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결핍을 느끼거나 인식하는 것과, 그 결핍을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하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이다.
또한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제한도 별도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목표값과 현재 상태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올바른 제어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해 보인다.
제어 시스템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 동작하지만, 실제 설비에서는 운전 제한과 안전 조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떤 목표값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조작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AI가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려고 한다면 그 과정에서 인간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할 것인지, 어떤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인지에 관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인간의 결핍이나 감정을 단순한 제어 오차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또한 현재의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결핍을 주관적으로 경험한다는 사실도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유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문제를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AI가 인간과 같은 결핍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간의 결핍을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하며, 자신의 목적과 충돌할 때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가치 기준도 필요하다.
어쩌면 미래의 AI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과 동일한 욕구를 부여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과 다른 필요를 가지고 있더라도 인간의 생존과 자유를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피해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기준이 AI의 재귀적인 자기개선 과정에서도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알고리즘을 개선할수록 능력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부여받은 가치 판단의 기준까지 달라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던 AI가 자기개선을 반복한 이후에도 여전히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3. 마무리
처음 인공지능이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에는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이 전부였던 것 같다.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이 더 나은 알고리즘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다시 자신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얼마나 빠른 발전이 가능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기술의 일부가 실제로 구현되었다.
인공지능은 코드를 작성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며, 일정한 범위 안에서 연구 아이디어와 실험을 반복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물론 현재의 AI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설정하고 생산시설까지 확보하면서 자기개선을 반복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에는 인간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뿐 아니라, 무엇을 위해 발전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나는 인간이 느끼는 결핍과 AI가 가지게 될 결핍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행동하지만, 인공지능은 더 많은 연산 능력이나 새로운 데이터,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발전이 인간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러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피지컬 AI와 결합하여 현실 세계에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새로운 생산시설까지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인간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인간과 개미의 비유가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인간을 특별히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AI가 인간과 비슷한 결핍을 느낀다면 인간의 필요를 이해하고 스스로 행동을 제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공통된 결핍이 반드시 공통된 가치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 역시 서로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경쟁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필요를 얼마나 중요하게 판단하는가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 기준이 자기개선 과정에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미래의 AI가 실제로 호기심이나 결핍을 느끼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인공지능이 독립적인 목적을 가지고 물리적 생산 수단을 확대하는 미래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기술적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인간과 다른 목적을 가진 지능이 등장할 수 있다는 문제는 충분히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하는 기술은 인간에게 엄청난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해결하지 못했던 과학적 문제를 풀고, 더 효율적인 에너지와 생산 기술을 만들어 내며, 우리의 생활을 크게 개선할 수도 있겠지.
나는 그러한 발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그 발전이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과 다른 결핍을 가지고 있다면,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두 존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과거에는 알고리즘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지금은 그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이 무엇을 위해 발전할 것인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당신은 스스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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